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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여행의 이유 <김영하>

by 늘보맘 2019. 7. 25.

'여행' 이 단어만으로도 나를 충분히 설레게 한다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선택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리고 전에 알쓸신잡에 나온 얼굴을 아는 사람의 책이었고 지금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책이었으므로 호기심을 가지게 한 충분한 이유였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중국 상하이로 가게 되는데 비자를 받아오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로 어쩔수 없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세운 목표 '추구의 플롯'이 있다  그중 외면적인 목표에는 여행지의 정보나 숙소,교통등 누구에게나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 생길 '뜻밖의 사실'을 정해 놓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행 중 생기는 '뜻밖의 사실'로인해 우리는 놀라운 깨달음을 얻고 마법의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외면적 목표로 정한 목표를 모두 이루며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성취하지 못한 목표에서도 어느 정도 만족하며 어떤 결과라도 배울 부분은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기쁨을 찾고 행복을 누릴수 있다 

결국 중국 다시 가지 않고 집에 남아 글을 마친 저자도 중국 상하이에 가서 집필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집에 남아서 글을 마침으로써 어느 정도 목표을 이루었으며 거기에 다른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문의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각자 다른 프로그램을 갖게 되는데 힘든 일들의 일상 속에 자신만이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잠시 피하여 쉬다 오는 것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후회할 일을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를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 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불러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인류가 다른 포유류와 다른 강점은 끝없이 걷고 뛸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끝없이 이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본능 때문에 현대 문명이 발달해 세계 어느 곳이든 집안에서 현실과 거의 똑같이 가상현실로 체험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 게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실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과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의 여행 경험은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명료해진다 내가 내 발로만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여행의 목적은 고작 자기 자시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푸른 작은 구슬에 불가하다 우리 모두는 그 작고 푸른 구슬인 지구에 잠시 왔다가 떠나는 승객, 여행자일뿐이라는 의미이다  인생이 여행에 비유되듯 우리 모두는 같은 여행자로 서로의 환대를 서로 주고받으며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며 살아가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여행 중 나도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받은 적이 많다  길을 모른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신 일본인 아저씨, 맛있는 망고를 정성껏 골라주신 마트 필리핀 여자분, 모르는 중국어 때문에 어려워했을 때 영어로 말씀해주셨던 버스를 같이 탔던 대만 여자분 등 생각이 다 나진 않지만 수없이 많은 도움과 환대를 받았다 

자신이 사는 곳을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다면 자기가 살고 있던 곳에서 가지고 있던 지위나 사회적 신분은 그곳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또 자신도 그렇게 인정해야 한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아무도 아닌' 사람 노바디가  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곳을 여행해야한다 그리고 여행 후 본인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면 섬바디가 다시 된다 

여행은 이주나 이사와는 달리 계획하고 통제할수있다 자신의 통제로 되지 않는 이주나 이사는 장소를 이동하지만 여행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주는 현실이고 여행은 소설과 같다  현실은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드려야 하고 그곳을 당장 떠날 수가 없다 하지만 여행은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여행은 소설의 전개처럼 낯선 곳에 가고 알아가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고 그 후 내면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돼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느낀 경험을 한번이라도 하게 되면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그 이유를 한마디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좋아서 다니다 보니 최근 들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가며  진짜 그 돈의 가치보다 가치가 있었나라는 회의를 들게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답을 찾은 것 같다  머리속에 섞여 있던 생각들이 정리되었고 내 여행의 이유를 알게됐다 내가 왜 계속 이렇게 여행을 떠났는지를 알게 됐다 

나는 나만의 꿈꾸는 여행을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래야 더 값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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