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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가위로 깎아주시던 내 연필

by 늘보맘 2019. 5. 22.

오늘 사무실에서 쓸 연필이 없어서 연필을 깎았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갑자기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물론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세탁소를 하는 우리 집에선 저녁이 되면

엄마가 세탁소에서 쓰던 재단 가위로 직접 연필을 깎아서 넣어주셨다

언니 들것도 물론

저녁 먹고 시간표대로 가방 챙기고 연필 챙기고

자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직접 깎은 조금은 투박한 연필을 필통에 넣고 학교를 다녔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연필깎이로 동그랗고 매끄러운 연필을 가진 반면

나는 엄마가 직접 깎은 투박한 연필을 썼다

어린 나의 마음엔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내 연필이  부끄러웠다

어리고 왕소심한 나에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의 연필은 

 필통에서 선뜻 꺼낼 수 없게 했다

지금이야 항상 연필을 깎아주시던 정성을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지만

그때 당연히 알 수가 없었지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새 학기 책을 받아오면 하얀 달력으로 책을 싸주시고

그 앞에 제목도 멋지게 적었었는데 주셨는데

요즘은 애들한테는 이해가 전혀 안 될 것들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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